At.Eternitys.Gate.2018.TRUEFRENCH.720p.BluRay.DTS.x264-EXTREME Metrics {time:ms;} Spec {MSFT:1.0;} <-- Open play menu, choose Captions and Subtiles, On if available --> <-- Open tools menu, Security, Show local captions when present -->

Sync & corrections by Blue-Bird™

자 막 번 역 : vagabond0202
(from 씨네스트)

 

나도 저들에 속했으면 좋겠어.

 

함께 앉아서
술도 한 잔 하고,

 

아무 얘기나 나눴으면 좋겠어.

 

저들도 내게 담배도 권하고,

 

술도 한 잔 권하고,

 

"안녕!" 하고
인사도 건넸으면...

 

그럼 나도 인사를 하고,
함께 얘기도 할텐데.

 

그리고 가끔,

 

누군가를 스케치해서
선물도 할텐데 말야.

 

아마 그걸 받아서,
어딘가 보관해 두겠지.

 

한 여인은 날 향해
웃음짓고 묻겠지.

 

"시장하시죠?
뭐 좀 드실래요?"

 

"햄이나 치즈 어때요?
과일 괜찮아요?"

 

나 좀 봐요.

 

보세요.

 

뭐라구요?

 

무서워하지 말아요!

 

가만히 서있어봐요.

 

가만히 있잖아요...
뭔 일인데요?

 

그대로 좀 있어요.

 

왜 그래요?

 

아가씨 스케치 좀 하려구요.

 

스케치요?

 

그래요, 그림 말예요.

 

아가씨를 그리고 싶어요.

 

왜요?

 

이것들 좀 가져가버려요.
당장!

 

단체 전시회 한다고 하잖았소?
진짜 화가들이랑.

 

이건 전부 당신 그림이잖소?

 

다른 화가들은 어딨소?

 

이런 그림 보러 오는 사람 없어요. 아무도.

 

그래, 딱 한 사람은 쳐다보더군.

 

손님을 더 끌어와야 하는데
오히려 쫓아버린단 말요.

 

당장 가져가버리란 말이요!

 

2 주 더 열기로 했잖아요?

 

아니, 오늘로 끝이오.

 

그만 됐어!

 

내 그림 어디가 싫으세요?

 

맘에 드는 데가 하나도 없어
전혀!

 

자, 우선...

 

우리 새 예술가 모임의
규칙을...

 

이름은 정했나요?

 

아직은 없지만 제안은
25개 쯤 들어왔어요...

 

어떤 것들이죠?

 

"벌집"...

 

- 다른 것은?
- "미개척지", "무단 결석 학파" 등...

 

저 몇 사람은 나와 같이
전시회 하기로 했었는데,

 

날 실망시켰소.

 

상리스 근처에
낡은 농장이 하나 있는데...

 

아니, 거긴 농장이 아니라
폐가야!

 

고쳐 쓸 수 있어요.

 

아니, 저 사람 말이 옳아요.
거긴 냄새도 지독하고 형편없어요.

 

그리고 집세는 누가 내고?

 

우리 모두가 내는 거요.

 

지난 번에 집세와 비용등
모두 합의했잖소?

 

누가 그림이나
조각을 팔면,

 

20퍼센트를 우리
모임에 내는 거요.

 

두 세 사람이
작품을 판매해서,

 

- 나머지 사람들 비용을 내죠.
- 괜찮은 생각이네.

 

유명해지면
떠나버릴텐데!

 

그렇지 않아요,
나라면 안떠나요.

 

당신이 유명해질 일은 없어!

 

음식은?
요리는 누가 할건데?

 

누굴 고용해야죠.

 

- 절약하는 방법을 생각해봤어요
- 어떻게요?

 

작품이 안팔리는 사람이

 

요리사나 정원사로
일하는 거요.

 

일 주일에 하루는
감자나 양파, 콩을 가꾸고...

 

이 스테이크는
뭘로 만든거야!

 

결국은,
계급을 다시 만들겠다는 거군!

 

명령하는 사람들과
복종하는 사람들 말이오.

 

그게 아니라...

 

저 사람 알죠?

 

예, 미술관에서 저사람 그림 봤어요.

 

고갱!

 

여보세요.

 

저놈들
상대 못하겠어요.

 

예술가인 척하며
관리들처럼 행동해요.

 

모두 다 폭군 같은 놈들이죠.

 

그나저나, 난 폴 고갱입니다.

 

알고 있어요.

 

- 빈센트씨죠?
- 예.

 

테오 형이시고.

 

카페에서 작품들 봤어요.

 

그래요? 그 "한 사람"이 당신이었군요.

 

당신이 봤다면 값을 했네요.

 

좋은 작품들도 있었는데

 

눈에 띄지 않았었죠.

 

장소는 좁고 작품은 너무 많았어요.

 

첨엔 공동전시회 하려고 했죠.

 

예술가 모임을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가족처럼 말이죠.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하지 않아서

 

혼자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내 화실에 있는 모든 그림들로 채운거요.

 

그런 줄 알았어요.

 

저 사람들을 가족으로 삼고 싶지 않을거요.

 

누가 저런 가족을 원해요?

 

가족을 선택할 순 없어도 친구는 선택할 수 있을거요.

 

내 동생을 사랑하는 걸요.

 

당신 운이 좋은 거죠.

 

더 중요한 건, 동생이 당신을 사랑하는 거죠.

 

동생이 당신한테 잘해준다죠.

 

저 사람들과 되도록 멀리 있고 싶어요.

 

마다가스카르로 갈거요.

 

마다가스카르요? 일본 간다면서요?

 

아뇨, 마다가스카르요.

 

섬이죠, 큰 섬.

 

아프리카와 인도 사이에 있어요.

 

아니면 더 멀리, 파리나 학교나

 

그런 걸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사는

 

머나먼 섬...

 

체계라든지 이론 따위와 관계없는

 

새로운 안목과

 

새로운 화법을 창조할 수 있는 어떤 곳...

 

진정한 자유가 있는 곳 말이오.

 

홀로 평온하게 내 시간을 갖고

 

세상을 잊고 내 앞에 것만

 

그리고 싶어요.

 

여기 있는 것만.

 

Slowly.

 

천천히.

 

내게 떠오르는 것만 말이오.

 

좋은 생각이네요.

 

난 안개가 싫어요. 이 우중충한 빛이 지겨워요.

 

새로운 빛을 찾고 싶어요.

 

우리가 아직 못본 그림을 위한 빛..

 

밝은 햇볕에서 그린 밝은 그림.

 

빈센트, 남쪽으로 가요.

 

뭐 읽고 계세요?

 

성경인가요?

 

아뇨, 셰익스피어요.

 

누구요?

 

셰익스피어, 윌리엄 셰익스피어.

 

영국 작가예요.

 

아시는 분인가요?

 

아뇨, 오래 전 사람예요.

 

- 훌륭한 작가인가요?
- 그럼요.

 

무슨 얘기를 썼어요?

 

이거 저거 다요.

 

남자와 여자, 신, 왕...

 

사랑과 미움 등등.

 

지금 읽고 계시는 거는요?

 

리차드 3세라는 연극이예요.

 

- 리차드요? 누군데요?
- 영국 왕이요.

 

좋은 왕인가요?

 

아, 아뇨.
진짜 나쁜 놈이었대요.

 

- 사람을 죽였나요?
- 그럼요, 많이요.

 

나쁜 놈 이야기는
읽으시면 안되요.

 

왜요?

 

- 근데 그 사람 글은 잘 쓰나요?
- 그럼요, 아주 잘 써요.

 

어떤 부분은
뜻이 애매하지만...

 

- 그게 좋아요.
- 왜요?

 

난 신비로운 게 좋거든요.

 

셰익스피어는
다른 작가들보다

 

더 신비스러워요.

 

그래요? 난 책 읽을 때

 

내용을 이해하는 게
좋아요.

 

어떤 책들
읽으세요?

 

음...

 

대부분 소설이요, 현대소설.

 

그리고 신문에
실린 단편들 읽죠.

 

슬픈 얘기들이예요.

 

왠지 모르지만
슬픈 이야기들이 좋아요.

 

시간이 좀 더 남으면
난...

 

잠깐만요,
곧 올께요.

 

- 책 한권 드릴께요
- 고마워요.

 

근데 아무 것도 안씌어 있어요.
빈 책이에요.

 

빈 종이 사용하실 수
있을 거 같아서요.

 

고맙습니다.

 

근데요, 물어볼 게
있는데...

 

내가 그림 그릴 수 있는 곳이나

 

창고 같은 데 없을까요? 저...

 

이런 바람부는 날씨에
작업하기가 어려워서요.

 

이 옆에 노란 집이
몇 달 간 비어있어요.

 

쓰실 수 있을텐데...

 

맞아요...

 

선생님 동생분과
이야기해 볼께요.

 

좀 낡았지만,

 

갸비가 치우는 걸
도와줄거예요.

 

내겐 아주 좋죠.

 

언젠간

 

댁 그림을 그릴 수도

 

있겠네요.

 

나요?

 

그래요.

 

원하시면요, 감사합니다.

 

GABY: 이달 용돈
받으셨어요?

 

지난 달 비용
아직 안주셨어요.

 

돈 오면

 

곧 줄께요.

 

동생분이
아주 부자신가 봐요.

 

어.. 아뇨, 부자 아녜요.

 

그냥 상인이죠.
그림 팔아요.

 

선생님 그림요?

 

아직은요.

 

가끔
씻어보기도 하세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요.

 

더러워 보여요?

 

냄새가 지독해요.

 

보기엔 괜찮으니

 

씻기만 좀 하면

 

핸섬해지실 거예요.

 

깨끗하면
매력적일 거 같아요?

 

그럴 수도요.

 

50프랑 주면 나랑 함께
여기 있을래요?

 

50프랑 없으시잖아요.

 

내일 뵈요.

 

뭐라구요?

 

이 꽃들요.
왜 그리세요?

 

예쁘지 않아요?

 

당연히 예쁘죠.

 

선생님 그림보다 예뻐요.

 

- 그렇게 생각해요?
- 그럼요.

 

그럴지도 모르죠.

 

허지만 이 꽃들은 곧 시들죠.
모든 꽃이 다 그래요.

 

알아요,
누구나 알죠.

 

헌데 내 그림은 그대로죠.

 

그래요?

 

적어도 살아있을
가능성은 있지.

 

절 그려주셔야겠네요.

 

안될 것 없지.

 

절 그려주시면,

 

전 영원히 젊은 채겠죠.

 

더 젊게 그려줄 수도 있죠.

 

아뇨, 그건 옳지 않아요.

 

단조로운 풍경 앞에 서면

 

난 영원만을 본다.

 

나만 영원을 보는 걸까?

 

존재하는 것은 모두
이유가 있다.

 

저봐, 저기 봐.

 

저게 뭐지?

 

화가란다.

 

- 뭐하는 거죠?
- 그림 그리는가 보다.

 

가서 봐도 되요?

 

- 안돼.
- 볼거예요.

 

늦었다, 시간없어.

 

잠깐만요.
화가는 처음 봐요.

 

화가다, 화가.

 

모두 돌아와!

 

당장!

 

뭘 그리시는 거예요?

 

저거.

 

- 뿌리요?
- 그래.

 

왜 뿌리를 그려요?
뿌리들이 예뻐요?

 

그래.

 

- 다른 데도 그릴거예요?
- 아니.

 

뿌리만 그려요?

 

그래.

 

우리도 학교에서 잎이랑
꽃이랑 그려요.

 

우리도 색깔 칠하는데...
크레용으로 칠해요.

 

제가 달팽이를 그렸는데요,
정말 달팽이 같았어요.

 

- 뱀 같았어.

 

- 장어 같았어
- 지렁이 같았어.

 

- 큰 지렁이, 맞아. 저거봐.
- 만지지 마!

 

요즘 어떤 화가들은
이상한 그림을 그리죠.

 

옛날엔 사람들이 그림 그릴 줄 알았는데
이젠 아냐.

 

요즘은 누구나 예술가 행세죠.
"난 뿌리를 그릴 줄 알아."라니...

 

저리 가!

 

저리 가라구!

 

저리 가요! 가라구!

 

가요!
성가시게 하지 마요.

 

미쳤군요!

 

얘들아, 도망가!

 

가란 말이오!

 

저리 가!

 

놔 줘요!

 

이거 놔요!

 

테오로구나.

 

테오, 이리 와.

 

무슨 일인지 들었어요.

 

형,

 

얘기해봐요.

 

기분은 어떄요?

 

네 옆에 있으니
기분이 좋구나.

 

좋아...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

 

우리 어렸을 때,

 

같이 침대로 뛰어
올라갔어요. 기억나요?

 

맞아 그랬지.

 

추워질 때 쯤 말야.

 

얼마나 있을래?

 

오늘 하루요, 미안해요.

 

파리로 돌아가야 해요.
할 일이 많아요.

 

형이 입원했다길래

 

첫 기차를 탔어요.

 

좀 더 있을 수 없니?

 

아뇨. 미안해요.

 

오는 데 하루 밤낮 걸렸네요.

 

그리고 저 결혼했어요.

 

그래 들었다.

 

조와 너 땜에
행복하구나.

 

형.

 

왜 형을 입원시켰대요?

 

몰라. 정말 몰라.

 

이유가 있겠죠.

 

가끔

 

내가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정신이 내게서
빠져나가고 있어.

 

정말이야.
정신이 내게서 떠나가.

 

무슨 말이에요?

 

내가 길에서 소릴 지른다는 거야,
내가 길에서 운대.

 

얼굴에 검은 페인트를 칠해
애들을 놀래킨다고도 하고.

 

근데 난 기억이 안나.

 

기억나는 건

 

어둠과 불안 뿐이야.

 

그래서 날 입원시켰나 봐.

 

진짜 실성한 사람들 있는 곳에.

 

술 많이 마셔요?

 

말할 게 있는데,

 

의사한텐 말하지 마.

 

가끔 헛것을 봐.

 

누굴 보는데요?

 

명확하지 않아.

 

유령?

 

몰라.

 

가끔 꽃이기도 하고

 

천사이기도, 인간이기도 해.

 

혼란스러워.

 

가끔 내게 말도 걸어.

 

뭐라 해요?

 

알아먹을 수 없어.

 

근데 무서워.
늘 친절하진 않아.

 

의사한테 말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볼께요.

 

이런 상태가 되면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모르겠어.

 

절벽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수도 있겠어.

 

폴 고갱 선생 귀하.

 

우리 형과 연락해왔다고
들었습니다.

 

형은 당신이
아를르에 오는 날을

 

몹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경제적 이유로
미루고 계신 걸로 압니다.

 

원하시면 선생님 작품을
한 달에 하나씩 주시는 조건으로

 

매 달 250프랑을
보내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선생을 되도록
빨리 만나는 것이

 

우리 형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보냅니다.

 

안녕히, 테오 반 고흐 올림.

 

추신:

 

선생의 답신을
기대하며

 

선생의 최근 작품을
보기를 고대합니다.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비참한 일 가운데

 

돈 없는 것처럼
날 화나게 하는 건 없죠.

 

오늘은 예외입니다.

 

마담, 한 잔씩 더 돌려요.

 

MADAME GINOUX: 갸비!

 

가끔 내가 거지 같아.
오늘은 안그래.

 

빈센트, 정말 반갑소이다.

 

이 모임도 반갑고..

 

폴, 반갑소.

 

헌데, 여기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요.

 

지누 씨 부부 빼고는.

 

며칠 동안 말 상대가
없을 때도 있어요.

 

당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왜 그리 결정을 못내렸소?

 

어쨌든 오기로 했다니
반갑소.

 

동생은
돈 보내고 있어요?

 

매 달 250프랑.

 

많진 않군요.

 

능력껏 보내는 거죠.

 

테오와 계약했나요?

 

그래요.

 

여기 내 생활비 그가 보내요.

 

난 한 달에 한 작품씩 보내고.

 

- 좋은 계약인가요?
- 그냥.

 

괜찮아요.

 

당신, 정말 강렬한
얼굴이에요

 

언제 노란 집으로 건너와서

 

모델 좀 해주세요.

 

그럴 수도 있죠.

 

승락으로 받아들이죠.

 

왜 꼭 자연을
그리려 하죠?

 

바라볼 게 없으면
방향감이 없어져요.

 

뭔가 봐야 해요.
볼 게 얼마나 많아요?

 

볼 때마다,

 

전에 못 보던 걸
봐요.

 

맞아요. 헌데 당신 그림,
당신 일 모두 당신 거죠.

 

뭔가를 베낄 필요는 없죠.

 

난 베끼지 않아요.

 

알아요.

 

왜 당신 가슴 속에 있는 걸
그리지 않느냐는 거죠.

 

마음이 보는 걸
말예요.

 

자연의 본질은
아름다움이니까.

 

무슨 뜻이죠?

 

무슨 뜻이라니?

 

마다가스카르는 왜
가려고 했어요?

 

사회로부터, 인간으로부터
벗어나려구요.

 

그러기도 했겠죠.

 

허나, 아름다움을
찾으러 갔겠죠.

 

거기에 자연이
있었을 테고.

 

근데 생각과는
달랐을 테죠.

 

그래서 당신 그림이
달라졌죠.

 

내가 자연을 바라볼 땐

 

난 우리 모두를

 

연결해주는 연대감이나

 

생동하는 에너지

 

신의 목소리를
더 분명히 봐요.

 

때론 자연이 너무 강렬해서
난 의식을 잃어요.

 

- 뭔 소리를 해요?
- 정말예요.

 

한참 후에

 

깨어나서는 여기가 어딘지
내가 뭘하는지조차 몰라요.

 

내 이름을 기억해내기도
힘들다니까요.

 

빈센트, 얼마 안 있어

 

화가들이 모델을
바라보거나

 

자연 앞에 앉아있을
필요가 없게 될거요.

 

왠 줄 알아요?

 

자연이란 우리가
머리로 보는 것이거든.

 

자연이란 그런 거요.

 

우리 눈이 없다면
자연도 없을 거고,

 

누구도 똑 같이
세상을 보지 않아요.

 

우리 둘이가

 

똑 같은 풍경 앞에
앉아 있어도

 

산이나 나무가 똑같이
보이진 않아요.

 

내 말이 바로 그거요.

 

내가 그린 나무는
내 소유지.

 

당신이 그린 얼굴들까지도
당신 꺼요.

 

당신 때문에
그것들이 그대로 있으니까.

 

당신이 그린 그림 때문에
사람들이 알려지고

 

그들이 누군지가 아니라
어떻게 그려졌는지가 알려지니까.

 

좋은 이야기요.

 

박물관에 가는 건
사람들 그림을 보러 가는 거지

 

그림 대상인 사람을
보러가는 건 아니죠.

 

근데 사람들은
내 그림 속의

 

자신들 모습을
늘 좋아하진 않아요.

 

우린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구요
알겠어요?

 

맞아요.

 

우리 세대에..

 

소위 자연과 그림의

 

관계를 철저히
바꾸어야 해요.

 

그림과 실재의 관계 말이오.

 

그려진 실재는
그 자체로 실재이니까.

 

맞는 말이오.

 

인상파 화가들...

 

그 사람들 빼야 해요, 그렇죠?

 

- 음...
- 그렇잖아요?

 

그 사람들은 자신들 정원의
자기 애들만 그려요.

 

거기까지 한계라니까.

 

쇠라는 회화를
과학과 혼동해요.

 

광학 실험 하다가
방향을 잃었어요.

 

르누아르, 드가, 모네 한테도

 

더 기대할 게 없어요.

 

똑 같은 그림만 만들어 내요.

 

능력이 다한 거 같아.

 

진심 아니죠?

 

드가 좋아하잖아요?

 

좋아하는 그림 그려줘서
고맙다고 해야죠.

 

모네는 괜찮아.

 

이제 우리 차례요.

 

우리에게 막대한
사명이 있단 말이오.

 

그래도 내 생각에
모네는 꽤 좋은데...

 

마리티니크에 가볼래요?

 

함께 있으니 좋군요.

 

손을 아까처럼 해볼래요?

 

고마워요.

 

- 다 됐나요?
- 됐어요, 가보세요.

 

좀 천천히 구상해요.

 

왜 그리 서둘러요?

 

침착하게, 천천히
작업해요.

 

집안에 있잖아요, 바람불고 시끄러운
들판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림은 명확한 손질로
단번에 그려야 해.

 

그리고 있는 표면을 생각해 봐요.

 

물감이 어떻게 묻을까도.

 

당신은 사물을
너무 급히 변화시켜요.

 

무슨 작업을 했는지도
안보이잖아요?

 

그림은 빨리 그려야 해요.

 

내가 보고 있는 화가들...

 

프란스 할스

 

고야

 

벨라즈케즈

 

베로네세

 

들라크루아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은
한결같이 한 번의 명확한 손질로 그려요.

 

붓칠 하나 하나.

 

"천재의 붓칠" 얘기
들어봤소?

 

내 말은 그 뜻이오.

 

그런 식으로 그리는 게
아니잖소.

 

너무 빨리 칠하고
너무 많이 칠해요.

 

그림 표면을 보면
진흙으로 그린 것 같아.

 

그림이 아니라
조각 같아요.

 

그런 식으로 그리는 게
아니잖소

 

너무 빨리 칠하고
너무 많이 칠해요.

 

그림 표면을 보면
진흙으로 그린 것 같아.

 

그림이 아니라
조각 같아요.

 

내말은, 자기 내부를
들여다보라는 거요.

 

자꾸 "내부를 들여다보라"는데
알았어요, 알았어.

 

계속 같은 얘길 하고 있는데

 

내가 뭘하고 있는 것 같소?

 

난 그림을
고안해 내는 게 아니오.

 

그림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어.

 

그림은 이미 자연 속에 있거든.
난 그냥 그림을 해방시킬 뿐이야.

 

좋아요, 내말은
그림 표면을 우선 생각해보라는 거요.

 

물감이 어떻게 표면에
묻는지를...

 

당신 작업을
통제해보라는 거지.

 

실내작업을 좀 더
해봐야 할 모양이오.

 

난 평생을 실내에서
홀로 보냈지.

 

밖에 나가서 내 자신을
잊도록 작업할 필요가 있어.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난 흥분된 상태에
있어야 해.

 

그게 이유 있는
회화행위지.

 

좋아요, 진정해요.

 

진정하고 싶지 않아요.

 

그림을 빨리 그릴 수록
기분이 나아져요.

 

빈센트, 난 더 이상
여기 못 있어요.

 

무슨 말이오?

 

더 이상 아를르에
못있는다구요.

 

곧 떠날 거요.

 

뭐라구?

 

최근 그림 몇 점을
팔았어요.

 

테오가 얘기 않던가요?

 

파리로 돌아가야 해요.

 

어디 가요?

 

빈센트!

 

난 평생을 방안에서
홀로 지냈어.

 

- 난 밖에 나가서...
- 무슨 짓이에요?

 

작업하고
자신을 잊어야해.

 

-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어.
- 뭐라구요?

 

난 흥분 상태에 있어야 해.

 

그게 이유 있는
회화 행위지

 

좋아요, 진정해요.

 

진정하고 싶지 않아.

 

빨리 그릴 수록
기분이 좋아져.

 

왜 울어요?

 

내가 뭘 잘못했어요?
뭐가 잘못 됐어요?

 

아무 것도요.

 

당신 땜에 내린
결정이 아니에요.

 

빈센트, 우린 항상
곁에서 사이좋게 살 순 없어요.

 

우리 기질은 서로
너무 달라요.

 

인정해야죠.

 

그리고 이제
나도 유명해졌다는 걸

 

이해해 줘요.

 

이대로 시골에서
계속 살 순 없어요.

 

이제 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죠.

 

게다가 난 여기가 싫어요.

 

멍청하고, 악하고, 무식한
사람들 뿐이잖아요.

 

이봐요, 왜 그리
호들갑을 떨어요?

 

제발 가지 말아.

 

와줘서 기뻐요.

 

최근 그림을
몇 점 팔았어요.

 

테오가 말 안해요?

 

나한테 이러지 말아요,
제발.

 

- 제발!
- 아무 것도.

 

당신 땜에 내린
결정이 아니에요.

 

- 어딜 가요?

 

빈센트, 우린 항상
곁에서 사이좋게 살 순 없어요.

 

빈센트!

 

우린 기질이 서로
너무 달라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그리고 이젠 나도
유명해졌다는 걸,

 

이해해 줘요.

 

이대로 시골에서
계속 살 순 없어요.

 

이제 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죠

 

뭐라구?

 

게다가 난 여기가 싫어요.

 

멍청하고 악하고 무식한
사람들 뿐이잖아요.

 

이봐요, 왜 그리
호들갑을 떨어요?

 

뭐라구요?

 

더 이상 아를르에 못있어요.

 

내게 뭔가 이상이
있는 거 같아요.

 

가끔 내가 뭘 했는지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이 안나요.

 

고갱과도 마찬가지예요.

 

그가 떠나기 직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나요.

 

싸웠는지...

 

내가...

 

그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몰라요.
어떻게 주었는지도 몰라요.

 

내가 아는 건

 

면도칼을 들어

 

내 귀를 잘랐다는 거예요.

 

한쪽 귀를 잘랐고

피가 사방에 퍼졌어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그랬어요.

 

사과의 의미로 고갱에게
주려고 했어요.

 

왜냐구요?

 

몰라요.

 

내 생각엔

 

갸비가 고갱 있는 곳을
알 것같아서

 

내 귀를 술집의 아가씨
갸비에게 주었어요.

 

갸비는 피를 보고
겁먹었어요.

 

내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녀는 경찰을 불렀고
경찰이 나를 여기다 가뒀죠.

 

당신이 경찰이라면
어찌 했겠어요?

 

가도 되요, 괜찮아요.

 

난...

 

고호 선생, 여긴
조그만 마을이에요.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두 보고 있어요.

 

더구나, 이 조그만 마을에서

 

당신은 이방인이란 말예요.

 

당신은 술을 너무 마셔요.
너무 너무 많이.

 

그리곤 발작을 해서
주체를 할 수 없게 되죠.

 

맞아요, 결국 한쪽 귀를
잘라냈어요.

 

왜 그랬는지 말해 볼래요?

 

내 친구가
날 떠나려 했어요.

 

떠나려고 했다구요.

 

그래서 귀를 잘라 내면

 

그 친구가 안떠나나요?

 

말이 안되요.

 

일종의 선물이나
희생 뭐 그런 거요?

 

뭘 하려고 했던 거죠?

 

잘 모르겠어요.

 

얘길 하면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얘기해 봐요, 난...

 

난 이런 일을
본 적이 없어요.

 

허지만 돕고 싶어요.

 

내 안에 뭔가가 있는데
뭔가 모르겠어요.

 

나는 보는데 다른 사람은 못보고
그게 날 무섭게 해요.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거 같아요.

 

허지만 내 자신에게
다짐해요.

 

"내가 보는 것을"

 

"못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지."하고요.

 

그건 영광이거든요.

 

그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다구요.

 

당신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해요.

 

당신 그림으로 자신도
혼란스럽게 하고.

 

내가 바로
내 그림이에요.

 

희망과 위로는 또
무슨 뜻이죠?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보는 걸 내가 보는 방식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내 시각을 나눠주고 싶어요.

 

좋아요, 근데 왜죠?

 

내 시각이 세상의 실재와
더 가까우니까요.

 

난 살아있다는 것이 어떤 건지
느끼도록 해줄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살아있다고
못 느끼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요.

 

그림을 통해서 그걸

 

느끼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맞아요, 당연하죠.

 

그래요.

 

갸비 말로는 당신 귀가
이렇게 싸여 있었다구요.

 

그녀는 귀를 고갱에게
주기로 되어 있었구요.

 

"날 기억해 줘,"
무슨 뜻이죠?

 

당신에게 고갱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보여주려 했는가 본데

 

그건 알 수 없는
노릇이죠.

 

난 그가 안 떠나길 바랐고

 

그를 돌아오게
하려고 했죠.

 

예수님도 "네 손이 너를
해하거든 잘라내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귀를 자른 이유가

 

고갱 얘기를 듣기
힘들어서였다 그말이죠?

 

근처에서 유령이
나를 위협하는 것같아요.

 

보이지 않는 존재
말예요.

 

보이진 않지만
느낄 수 있어요.

 

내게 말을 걸고 겁을 줘요.

 

그는 내 심장을
칼로 찌르려 해요.

 

난 그를 보았고
내게서 털어내려고 했어요.

 

그게 귀를 자른
이유란 말이죠?

 

당신 말대로라면
당신의 시각이라는 게

 

꽤 무서운 거네요.

 

그렇죠?

 

예.

 

유령이 돌아올까
무서워요.

 

그래요.

 

자, 잘 들어요.

 

우리는 당신을
생 르미로 보낼거요.

 

- 어디요?
- 생 르미.

 

아주 좋은 곳이에요.

 

근처에서는 제일 나은 곳이요.
잘 대우해 줄 겁니다.

 

- 감옥인가요?
- 아니, 감옥 아니에요.

 

정신병원이에요.

 

선택은 당신이 하세요.

 

허나, 입원하면 거기 규칙과

 

치료법을 따라야 해요.

 

거기서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좀 진정된 후엔

 

그림도 그릴 수 있어요.

 

난 그림 안그리고는
살 수 없어요.

 

그렇겠죠.

 

날 보러 오실 거죠?

 

물론이죠.
적어도 일주에 한 번은요.

 

분명히

 

거기서 그림 그릴 수
있는거죠, 확실해요?

 

그럼요.

 

허나, 거기 가면 우선

 

술을 끊고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얼마 동안이나요?

 

당신한테 달려 있죠.

 

내 말대로 할래요?
믿어도 되죠?

 

잠깐 있어봐요.

 

당신 동생에게 당신 모습을

 

그려서 보내준다고
했거든요.

 

움직이지 말아요.
붕대 벗겨줄게요.

 

아니, 내가 할께요.

 

Albert Boime: 가끔
사파이어와 터키석의 절삭면처럼

 

반짝거리는 하늘 아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빛의 효과가

 

쉴 새 없이 광포하게
쏟아지는 아래에,

 

이글이글 불타는 육중한
대기 아래에,

 

낯선 자연이

 

불편하고 불안스럽게
제시된다.

 

이 자연은
철저히 현실적면서도

 

동시에 거의
초현실적이다.

 

때로 과도하게 표현된
그의 자연에는,

 

존재와 사물, 빛과 그림자,
형태와 색깔 등,

 

모든 것들이

 

가장 격렬하고
높은 음색으로

 

자연의 원초적 노래를
부르짖으려는

 

강한 의지로
솟구쳐 있다

 

이것이 열광적으로
일그러뜨린,

 

자연의 본질이고
자연의 전부이다.

 

그의 자연은 악몽으로 바뀌는 형식이며
불꽃으로 변하는 색채이고,

 

화마로 변하는 빛이며

 

타는 듯한 열로
바뀌는 삶 자체이다.

 

이것이 이 기괴하고
강렬하며

 

열병 들린 듯한
반 고흐의 작품을 처음 볼 때

 

우리 망막에
새겨지는 인상이다.

 

아름답고 위대한
예술의 전통으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혹은 떨어져있지 않을까?

 

지금껏 그 어떤
화가의 작품도

 

육체에 대한 진지함과
자기 그림의 본질이

 

풍기는 향기로
우리의 감각에 직접

 

호소한 적은 없었다.

 

이 억세고 참된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는

 

다른 예술가들 위로
우뚝 솟아 있다.

 

Cafe. Cafe.

 

- Cafe.
- 저 사람 물 좀 부어!

 

당신이 그 화가로군요?

 

어, 예.

 

Cafe. Cafe.

 

- 화가는 다 미친거요?
- Cafe.

 

아마 훌륭한 화가들만 그럴지도...
잘 모르겠어요.

 

- 음.
- Cafe.

 

난 군인이오.
병사였죠.

 

병사들은 다 미친거요?

 

아니, 병사들은 안미쳤는데
장교들이 미쳤지.

 

- 장교들은 모두
돈 사람들이요.

 

내가 상사로 승진하니까
기분이 다르더라구요.

 

장군 부관이 되니까

 

모든 열쇠를
갖게 되었소.

 

보이죠?

 

열쇠들 말이요.

 

예.

 

모든 장교들에 대한
서류함 열쇠들...

 

분명히 말하는데
장교들은 다 미쳤어요.

 

모두 다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고,
불구로 만들고 강간했어요.

 

Cafe. Cafe. Cafe.

 

어디서 근무했는데요?

 

어, 먼 곳이죠.

 

통캥이란 곳이오.

 

몇 년 전,
전쟁 때엔

 

수 많은 터널을
팠었지.

 

터널에서 태어난
한 여자애가 있었는데

 

태어나서 12년 동안

 

햇볓을 못봤대요.

 

12년 동안이나 말이요.

 

상상이나 할 수 있겠소?
당신이 화가인데

 

눈을 한 번도 못보고

 

눈이 뭔지도
모른다고 말이요.

 

12년 동안이라니.

 

MAN: Cafe. Cafe. Cafe.

 

오...

 

이봐, 닥쳐, 닥치란 말야!

 

뭘 그리죠?

 

햇빛이요.

 

이봐요.

 

제발요.

 

왜 그러시는데요?

 

가만 서있어 봐요.

 

움직이지 말아봐요.

 

가만 있잖아요,
왜 그러세요?

 

아가씨를
스케치하고 싶어요.

 

스케치요?

 

그림 말예요.

 

아가씨 그림을
좀 그리고 싶어요.

 

왜요?

 

수고비 줄께요.

 

무서워 말아요.

 

한 번 누워봐요.

 

- 여기요?
- 예, 거기요.

 

- 거기요.
- 맞아요.

 

여기 말예요?

 

그래요.

 

자세를 이렇게 취해봐요.

 

머리를
팔에 괴어 봐요.

 

이렇게요?

 

- 이렇게 말예요.
- 이렇게요?

 

아니.

 

머리를...

 

- 뭐 하시는 거예요?
- 이렇게요

 

이렇게.

 

- 아니, 이렇게요!
- 만지지 말아요.

 

-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 아파요!

 

저리 가요!

 

고갱: 빈센트에게,

 

우리가 헤어진 후에도

 

당신 작품을 계속
눈여겨 봐왔오.

 

처음에는
테오의 집에서

 

그리고 나중에
독립전시회 출품작도 봤오.

 

당신 작품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 그림들은

 

전시회 출품작들이오.

 

사물이 서로 배치된
모습이라든가,

 

다른 사람들의 작품과
비교 때문에 그렇소.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오.

 

그리고 많은 예술가들에게,

 

그 전시회에서 가장
특출한 화가였소.

 

자연으로부터
사물을 끌어 내면서,

 

깊은 사고를 하는 사람은
그 전시회에서 당신밖에는 없었소.

 

테오와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당신이 원하는 것과 교환했으면

 

하는 작품이 있소.

 

긴 시련을 겪은 줄
잘 알고 있어서

 

편지 쓰기를
무척 망설였소.

 

그러니 완벽히
강해질 때까지는

 

답하지 말기 바라오.

 

돌아 올
따뜻한 날씨와 함께

 

회복되기를
바랍시다.

 

"겨울은 항상 당신에게
위험한 계절이오."

 

"당신의 영원한 친구
폴 고갱."

 

경비:
반 고흐!

 

반 고흐!

 

이쪽 말고
그쪽으로.

 

거기요, 거기.

 

따라와요.

 

- 데려왔습니다.
- 고맙소.

 

벗기게 도와줘요.

 

고맙소.

 

- 더 낫죠?
- 예.

 

이리 와서 앉아요.
얘기 좀 하죠.

 

자.

 

왜 여기 들어와 있는지
알고 있죠?

 

지금 말하라구요?

 

치료받으려구요.

 

아니면 내가 병원에서
걸어나가 버렸기 때문이거나.

 

아를르 가는 길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기억이 안나요.

 

병원에서
나가버렸잖아요?

 

그냥 나가고 싶었어요.

 

아를르 사람들이
청원서를 보냈는데

 

거기 돌아오지
말래요.

 

알고 있습니다.

 

- 어린이를 추행한 적 있어요?
- 아뇨, 전혀요.

 

창녀에게 주려고

 

귀를 잘랐나요?

 

사실인가요?

 

예, 그랬어요.
허나 갸비는 창녀가 아녜요.

 

왜 그랬죠?

 

내 친구에게
전해 달라구요.

 

그래서 전했나요?

 

모르겠어요.

 

이상한 제안 아니었던가요?

 

가끔 분노를 느끼나요?

 

예.

 

그럴 땐 어떻게 하죠?

 

밖으로 나가서

 

진정하려고
풀잎을 쳐다보거나

 

무화과 나무 가지를 쳐다봅니다.

 

그럼 진정되나요?

 

예.

 

하느님이 자연이고
자연은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정원에서 그림 그리는
걸 봤는데

 

사람들한테

 

화가라고 했다면서요.

 

예, 화가입니다.

 

왜 화가죠?

 

그림 그리는
재능이 있나요?

 

예.

 

그 재능은 어디서
온 거죠?

 

하나님께서

 

그 재능을 주셨다고
할 수 있나요?

 

예, 맞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유일한 재능입니다.

 

이 그림 그렸어요?

 

예, 내가 그렸습니다.

 

이게 그림인가요?

 

예, 그럼요.

 

솔직히 말해보세요,
알고 싶으니까.

 

왜 자신을 화가라고 부르죠?

 

난 그림을 그리니까요.

 

그리는 걸 사랑하고
그려야 합니다.

 

난 줄곧 화가였죠.

 

내가 아는 건
그겁니다.

 

태생적 화가란
말이죠?

 

예.

 

그걸 어떻게 알죠?

 

난 할 줄 아는
다른게 없으니까요.

 

정말요,
다른 일 해보려고 했어요.

 

그래, 하나님이
재능을 주셔서

 

이걸 그릴 수
있었다?

 

예.

 

근데, 모르겠어요?
이건...

 

자세히 봐요.

 

기분 나쁘게
하려는 건 아니지만,

 

모르겠어요?
이 그림은...

 

뭐라고 할까...

 

불쾌해요.

 

추하단 말예요.

 

왜 하나님은
추하고 불편한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내게 주셨을까요?

 

가끔 저는,

 

모든 것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다고 느껴요.

 

당신 그림을
사는 사람이 있나요?

 

없어요.

 

- 그럼 가난하겠군요?
- 예, 그런 셈이죠.

 

생계는
어떻게 꾸려요?

 

내 동생 테오가
여기 비용을 보내줍니다.

 

헌데 그 애도
부자는 아녜요.

 

그래서, 당신 생각엔
하나님이 당신을

 

고난 속에 살게 하시려고
이 재능을 주셨다?

 

그래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럼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가끔 드는 생각은...

 

예?

 

아마도...

 

계속해봐요.

 

하나님이 시대를
잘못 고르신 것 같아요.

 

시대를 잘못 고르다니요?

 

나를, 미래의
사람들을 위한

 

화가로 만드셨을지도
몰라요.

 

그럴 수도 있죠.

 

"인생은 파종을 위한 것이며,

 

수확은 지금 일이 아니다"는
말도 있죠.

 

나는 내 재능과 결함으로
그림을 그려요.

 

그럼, 하나님께서 실수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네요?

 

난 망명객,
이 세상의 순례자인 거 같아요.

 

예수 말씀이 "눈에 보이는 것에만
신경쓰지 말고

 

안보이는 것에
관심을 두라"셨어요.

 

- 맞아요. 그러나...
- 그리고 예수님 역시

 

생전엔
전혀 알려지지 않았죠.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내 아버님이
목회자이셨습니다.

 

난 평생을
종교와 더불어 살았구요.

 

정말요? 목회자?

 

예, 그리고 내가 화가라는 걸
깨닫기 전에는

 

하나님의 종이
되려고 했어요.

 

그래서 종교에 대해
꽤 배웠죠.

 

그래서 복음서를
아는군요?

 

복음서 뿐만 아니죠.

 

예수께선 사후
3-40년 후에야

 

알려졌다구요.

 

생전에는 아무도
예수 이야기를 안했어요.

 

심지어는 로마 백부장이

 

로마에 있는
부인에게 보냈다는,

 

여호수아라는 사람이
다른 죄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다고
이야기한 편지도 없어요.

 

한 마디도, 아무 것도...

 

이 봐요, 당신이
이 곳을 떠날 만큼

 

좋아졌나 결정하는
것이 내 임무요.

 

테라스의 예수가
생각나네요.

 

어떤 테라스 말이요?

 

빌라도에게
이야기하던 테라스요.

 

사료를 믿는지 모르겠지만, 결정적으로
예수의 십자가 형벌을 원하지 않았던

 

그 빌라도 말입니다.

 

처형을 원했던 건
대중들이었죠.

 

좋아요, 이 주제는

 

나중에 언제
토론합시다.

 

빌라도는 예수의
처형을 원하지 않았다구요.

 

헌데 예수의 모든 말이
유죄 증거가 되어서...

 

나도

 

신부님께
말 조심해야겠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소.

 

이봐요,

 

원한다면
언제 날 보러 와요.

 

이런 저런
얘기 나누게요.

 

근데, 레이 박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을
집에 데려가려구요.

 

가도 되나요?

 

여기에서 당신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거 같소.

 

내가 준비되었으면
좋겠네요.

 

나도 그러길 바라오.

 

이것들을 지누 씨 내외에게

 

돌려주세요.

 

진정한 친구들이었어요.

 

그럴께요.

 

그 책도요.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지누 부인에게
이걸 꼭 전하도록 해주세요.

 

화가 빈센트 반 고호가
보낸 겁니다.

 

늦게 부탁해
미한하답니다.

 

수건 한 뭉치,

 

장부 책 한 권,
빈 올리브 상자 두개.

 

내 작품이 전부
여깄네.

 

하나도 한 팔았구나.

 

아직요, 허나
오리에의 논평이

 

아주 좋았어요, 정말로.

 

그 논평은 말도 안돼.

 

그 사람 이야기
나하고 하나도 안 맞아.

 

- 전혀 달라
- 아니에요, 다 맞아요.

 

그 논평이 도움이
될 거예요.

 

내 생각엔...

 

난 다른 사람 생각엔

 

신경 안써, 헌데...

 

네 생각은 중요해, 테오.

 

말해 봐,
진실을 알고 싶어.

 

내가 작가로서
훌륭하니?

 

훌륭한 화가가
못 돼요.

 

형, 형은 훌륭한 화가예요.

 

정말?

 

그럼요, 정말예요.
왜 거짓말 하겠어요?

 

내 얘긴, 넌 내 동생이니까

 

좋은 얘기만
할 거라고...

 

아뇨, 난 안그래요.

 

테오는 절대
그런 짓 안해요.

 

사람들 이야기가

 

난 그릴 줄 모른대,
칠할 줄 모른다고.

 

내 그림이 서툴고 추하대.

 

예전엔 사람들 생각에
신경을 썼는데

 

이젠 안 써.

 

난 별 수 없어.

 

만약 그림을 못 그린다면,
아마 살인을 저지를 거야.

 

내가 돈 보내는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형이 위대한 화가라고
진정 믿기 때문에.

 

그리고 난 사업가예요.

 

결국 사업가일 뿐이라구요.

 

그러니 형은 그림만 그리고
나머진 내게 맡겨요.

 

형은 그림을 그리고
나머진 우리가 할께요.

 

고갱이 이 편지를 보냈다.

 

- 예, 알고 있어요.
- 그 사람 봤니?

 

아뇨.

 

- 고갱...
- 나 안찾던?

 

...이 편지를 보냈다...

 

그 사람 여기 있니?

 

잘 몰라요. 예, 그가
형한테 편지 보낸거 알고 있어요.

 

오리에르나 베르나르는 어때요?

 

그 사람들 만나볼래요?
그들은 파리에 있어요.

 

나 안찾던? 여기 있니?

 

난...

 

아무 데나.
파리 밖으로.

 

다른 데로
가고 싶다.

 

여길 못 견디겠어.
내가 있을 곳이 아냐.

 

모든 게
너무 복잡해.

 

아무도
못 만나겠어.

 

여길 못 견디겠어.
내가 있을 곳이 아냐.

 

오리에 논평 이후로
더 나빠지고 있어.

 

아무 데나, 파리 밖으로.
여길 못 견디겠어.

 

조그만 마을...

 

오베르 쉬루아즈에
예쁘고 조그만 여관이 있어요.

 

거기 사는 미술 애호가 의사가 형 작품도
알고 있는데, 피사로가 아는 사람이에요.

 

그가 방해하지 않고
형을 도울 수 있을 거예요.

 

우리도
보러 갈께요.

 

내일 갈까?

 

가능한지 볼께요.

 

- 피사로...
- 난 가야 해, 테오.

 

- 가야 한단 말이야.
- 알아 볼께요.

 

말해도 괜찮나요?

 

예, 근데 많이
움직이진 말아요.

 

왜 그림을 그리나요?

 

사실,

 

생각을 멈추려고
그려요.

 

일종의 명상이네요.

 

그림 그릴 땐
아무 생각 안하거든요.

 

어떤 생각요?

 

생각을 멈춰요.

 

그리고는 내가

 

내 안팎 모든 것의

 

일부라는 걸 느껴요.

 

난, 내가 보는 걸

 

나눠주려고 무척
원했었죠.

 

예술가란...

 

가셰 박사: 예?

 

난 예술가란 세상을

 

보는 방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죠.

 

근데 이젠
그렇게 생각 안해요.

 

지금은 영원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만 생각하죠.

 

영원이란 게 뭐죠?

 

미래요.

 

흠.

 

당신이 세상에 주는
재능과 선물이

 

그림이라는 말이군요.

 

그렇지 않다면

 

예술가가 뭔
가치가 있겠어요?

 

그릴 땐 행복한가요?

 

대부분은요.

 

실패할 때는
아니죠.

 

가끔 슬퍼 보여요.

 

좋은 그림을
얻기 위해선

 

여러 파괴와
실패가 필요하죠.

 

난 슬픔 속에서
희열을 봐요.

 

그리고 슬픔은
웃음보다 위대하구요.

 

그거 알아요?

 

슬퍼하는 이들
곁엔 천사가 있고

 

때론 병이 우리를
치유하기도 하죠.

 

슬픔은 그림을

 

낳는 정상 상태예요.

 

그렇게 생각해요?

 

가끔 건강회복이라는
생각 자체가 싫어요.

 

그렇다면, 의사가
필요 없겠군요.

 

웃지 마세요.

 

웃지 말라니까요.

 

- 제발요.
- 미안해요.

 

다시 포즈
취하세요.

 

미안, 미안.

 

괜찮아요.

 

가끔 사람들이
나더러 미쳤다는데요,

 

약간의 광기가
최고의 예술이죠.

 

당신은
미치지 않았어요.

 

의사 친구가 있으니
좋으네요.

 

위에 통증이 느껴진다.

 

그는 버팔로 빌 처럼
차려 입었다.

 

이봐요, 빈센트.

 

그 중 한 애는
좀 더 착했다.

 

우리 부모한테
이르지 말아요.

 

어떻게 된 거죠?

 

무슨 일을
한 거요?

 

배에 총알 구멍이
났어요.

 

몰라요.

 

스스로 쏘았소?

 

그럴지도.

 

기억이 안 나요.

 

누구 잘못도
아니예요.

 

아무 탓도
말아주세요.

 

총을 가졌소?

 

아뇨.

 

가진 적 없어요.

 

그럼 어떻게
그랬단 말요?

 

모르겠어요.

 

저기...

 

우리 동생 좀
데려와 주세요.

 

오, 이미 전했어요.
곧 올거예요.

 

하느님, 당신의 아들을
받아 주시겠습니까?

 

빈센트 반 고흐는
1890년 7월 27일 총에 맞아

 

7월 29일 복부 총상으로 사망하였다.

 

죽기 전 30시간 동안
소년들 이야기나

 

죽음과 관련된 어떤 사건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베르 쉬루아즈에서 보낸
80일 동안

 

그는 75개의 작품을
그렸다.

 

고흐가 회계장부에
65개의 그림을 그려

 

돌려주었다는 사실을
지누 부인은 끝내 몰랐다.

 

이 장부는 126년 후
2016년 발견되었다.

 

내 노란색 방엔

 

자주색 눈들의 해바라기들이
노란색을 배경으로 도드라져 있다.

 

이 꽃들은 줄기를
노란색 탁자위의

 

노란색 꽃병 속에서
목욕시키고 있다.

 

이 그림의 귀퉁이에
화가의 서명이 있다:

 

"빈센트"

 

그리고 내 방의 노란색 커튼을
뚫고 비치는 노란색 태양빛은

 

이 형광빛을
금빛으로 넘치게 한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면

 

이 모든 게
향기롭다고 상상한다.

 

맞아,
그는 노란색을 사랑했지,

 

착한 빈센트,

 

네덜란드에서
온 화가.

 

저 희미한 태양빛이 그의
영혼에 불을 다시 당겼지.

 

안개를 혐오했던,
온기가 필요했던 영혼에.

 

우리가 아를르에
함께 머물 때

 

둘다 실성한 채로

 

색깔의 아름다움을 두고
끝없이 다투었다.

 

빨간 색을
사랑했던 나는

 

완벽한 적색을
찾으려 했고

 

그는 제일 노란 붓으로
벽에 그림을 그렸는데

 

한 순간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주 쉬 생데스프리 : 나는 성령이다.

 

주 쉬 생 데스프리 : 나는 정상 정신이다.

 

폴 고갱, 1984년.

 

자 막 번 역 : vagabond0202
(from 씨네스트)

 

Sync & corrections by Blue-Bird™